2020년 TVN에서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감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에피소드와 각각의 매력 있는 캐릭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국내외로 큰 사랑을 받은 요소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뛰어난 연출과 각 에피소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뛰어난 연출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에피소드입니다. 해당 드라마는 신원호 감독의 손에서 섬세하게 제작되었습니다. 각 회차마다 각 인물에 따른 새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져, 시청자들은 긴장감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의료 드라마가 과장되었거나 병원 내 권력 다툼, 의료 위기 상황을 크게 다뤘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와 간호사, 환자의 일상에 초첨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직업적인 부분보다는 그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의료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와 동시에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도 유머가 적절히 배합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주인공들뿐 아니라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할뿐더러 재미까지 느끼게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겪는 가족과 연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의 딜레마 등에 대한 것도 의사와 간호사, 환자의 입장에서 다룸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에게 친밀함을 느끼며 그들의 삶에 대한 그림도 그려 볼 수 있게 합니다.
2. 매력 넘치는 주연 캐릭터들, 그리고 그들의 연기력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연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들의 매력이 넘친다는 것도 큰 흥행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먼저 주연인 다섯 명의 의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양석형,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이익준, 현실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김준완, 모든 부분에 있어 완벽한 채송화, 병원에서 가장 착하고 인기가 많은 안정원. 첫 회차에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강한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이후로는 그들이 전문의로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딜레마를 접하거나 개인적인 모순으로 고민하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럼으로써 시청자들은 이 다섯 명의 의사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인식하며 그들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각 에피소드마다 새로이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대부분에 기억에 남습니다. 시청자 대다수가 환자로 병원에 가는 만큼 그들에게 더욱 쉽게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엔 신원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한몫을 했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그들의 캐릭터가 이룬 조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3.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악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흥행 요소로 각 회차의 마지막에 나오는, 다섯 명의 의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음악은 해당 드라마에서 서술적 장치이자 향수의 원천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 초반에 다섯 명의 의사들은 힘든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는데, 이는 그들의 우정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히트곡들인데, 당시 학생이었거나 사회인이었던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테지만, 명곡은 누가 들어도 좋기에 방영 당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어 대부분의 음악 차트를 휩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처럼 뛰어난 연출과 감동적인 에피소드, 모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과 그들이 그려낸 조화, 그리고 각 시대를 풍미한 음악이 시청자들을 해당 드라마에 끌어들인 근본적인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감독 신원호의 역량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아 시즌2까지 나왔으며, 나영석 PD의 유튜브에서 시즌3를 제작할 예정이라는 신원호 감독의 얘기가 있었습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관련 정책으로 시끌시끌하면서 일정이 뒤로 밀렸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시즌3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